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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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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영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41회 작성일 17-09-12 15:19

본문

솟대로

 

이영균

 

 

너를 얻는다는 건 꼬박 180일이나 열어가는 거였다

문고리도 없던 그 날들을

물의 문을 여는 날엔 온몸이 젖어야 보일 듯 말 듯 열리고

닫아야 하는 날에는 땀에 온몸 젖어야 닫친 듯 만 듯 닫치고

내 손도 발도 다 너희 거였다

 

그래도 미안해 마라 염치없다 비켜서지도 마라!

속으론 기다리면서도 물도 더디 먹고 열도 더디 뱉던 애물단지

꽃대 내미는데도 모르게만 어스름에 혼자 내밀고

고개 수굿이 오기만 기다려도 여전히 빳빳이 시건방지더니

 

기다리다 내 허리가 먼저 너희 앞에 굽어야 수굿해지려야

누렇게 출렁일 거란 걸 알아도 여물기를 조바심만인다

 

차르랑 탐스럽길 바랐던 건 밤낮으로 차이가 알이 드는 계절이라서이고

너희 고개가 무근해져 내 어깨가 가쁘니 펴지는 거였다

들녘에 덩실덩실 내 춤이 펼쳐지는 거였다

너희 물결이 누렇게 햇볕을 빨아 먹어 서녘에 빛도 누렇게 나를

물들여 오는 거였다

수수깡 내 어깨에 긴 여름 동안의 피땀을

흥청망청 헤프도록 너희가 펼쳐주는 거였다

 

출렁여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너에게서 내 어깨춤 보아야 하는 거다

벼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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