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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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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40회 작성일 24-03-29 02:44

본문

당신은 투명한 정적 속에 반짝이는 정오(正午)이다 하늘 오르는 연기처럼 출렁이는 미지의 행복을 맑은 눈동자에 담고, 구름의 바다를 헤엄쳐가는 인어이다 먼 곳의 마른 번개는 그대 고운 머리카락의 장식품이런가, 단아하고 보드라운 형태로 따뜻한 감성(感性)의 띠를 두른 얼굴은 모든 사랑의 표정을 짓고, 미친듯한 세상의 소음(騷音)은 숨죽인다 불타는 산이 격정의 음표(音標)를 찍어 나른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타다 남은 나뭇가지에 잔뜩 걸려있는 옛사랑의 증거이다 지하철 붉은 레일로 두근거리는 거리를 밟고, 새로운 침묵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로 마지막 숨을 거둔 영혼들이 수신불명의 우편물처럼 날라 다닌다 우습도록 빛나던 한때의 열정은 고요한 지평선 너머 상식(常識)의 철책을 무너뜨리고, 몇몇 살아남은 추억들은 그리움의 성(城)을 쌓는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 불꽃 같은 가슴이 눈 부시다 검은 우주 가득한 성좌(星座) 간의 굶주린 감동은 둥근 천정(天井)의 관용이다 그 징표(徵表)를 머리에 이고 있는 당신의 비밀은 아름다운 모자이다 그 앞에선 분칠한 세상의 무도회(舞蹈會)도 초라한 수수께끼이다 어긋난 삶, 그리고 간단(間斷)없는 공포를 이미 체득하였으므로 결심하는 당신의 가슴은 청초하고 편안하다 그 가슴은 간혹 방긋 웃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 애정으로 미소하는 하늘을 품었다 얼빠져 내다보는 시간은 이제 멈추고, 오랜 불안의 체념 속에 온통 무거운 것들로 장식된 절망이 세월의 어두운 책(冊)장 사이로 접혀간다 부풀어 오른 당신의 촉수(觸手)는 흠씬 물먹어 솟아오른 콩나물이다 향기를 내어모는 영혼이 무의식(無意識)의 잡초를 딛고 음악처럼 울려퍼진다 비로소 내 안에서 의식을 갖고 알기 시작하는 당신은 이제부터 나와 나란히 가려는 맑디 맑은 현실이다 그 무엇보다, 또렷한 당신의 얼굴은 노래 부르며 씨 뿌리는 봄의 희열이다 어디선가 흘러오는 푸른 물결을 뚫고 뛰는 고기가 번쩍한다 그 사이 부드러운 입술로 다가 온 당신의 입맞춤이 불꽃보다 뜨거워, 미소짓는 나의 부끄러움이 장님처럼 길을 더듬는다 눈부시도록 환하게 열린 하늘에 당신은 언제나 있고, 그래서 당신은 내가 아무 때나 죽어도 좋을 이유이다 - 안희선


Forever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당신"을 이토록 깊이 있고 아름답고 다양 하게 비유하여 빚은 시,
감탄했습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늘 느껴왔는데
시인님의 연륜과 삶의 철학이 배어 있습니다.
제가 참 시인을 만나 뵌 것 같습니다.
언어의 장난과 기교를 배제해도 이토록 좋은 시를  뽑으시는 시인님 좋은 시 많이 올려 주십시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시인이라는 가면을 쓴 얕은 글 장난에 속아 넘어 가는지요.

마지막 연은 제가 평생 믿고 따르는, 저의 영혼을 주관하시는 저의 신으로 가슴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족한 斷想에 과분한
감평입니다

격려의 마음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졸시, 마지막 연의 해석은
제 뜻이기도 합니다

온갖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투는
그 대상이 하나님이던,하느님이던,
비로자나불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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