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간장게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0회 작성일 24-03-30 01:36

본문

간장게장



서산의 어느 포구에서는 꽃게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게가 왜 맛있는 지 아니?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으면 게가 가장 먼저 와서 뜯어먹는단다. 포구 아주머니 말씀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래 전에 헐어 버린 내 위와 농염한 폐와 함께 허름한 테이블에 앉아 게를 씹는다. 


바위에 발을 찧었고 집게는 파르르 떤다. 게는 죽어 약초를 넣어 졸였다는 간장의 바다 속에 반쯤 잠겨 있다. 그 작은 접시 안에서도 물결이 인다. 선연한 청록빛 무늬가 미끄러운 등딱지를 기어오르려다 자꾸 미끌어져 떨어진다. 삭아 버린 폐선의 잔해처럼 나만큼이나 게 또한 배가 고프다. 


그리하여 게는 나를 뜯어먹고 나는 게의 껍질을 아삭아삭 씹고 노랗게 윤기가 흘러내리는 주황빛 알 뭉텅이를 내 목구멍 안으로 황홀하게 흘려 넣는다. 기름에 흠뻑 젖은 알몸이 심연 속으로 뛰어든다. 


은혜롭도다! 게가 내게 말한다. 가늘디 가는 매생이로 내 눈꺼풀과 음경(陰莖)을 동여매었도다. 내 몸을 토막내었도다. 내 몸의 각 부분을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는가 하면 형태를 각도기로 측정하고 내 삶의 궤적을 도화지에 암호화하였도다. 그리고 나는 지금 작고 단정한 접시 속에 앉아 네 속의 우주를 측량하고 있도다. 너를 노려보고 있도다. 너를 먹고 있도다.


나는 녹슨 젓가락을 치워버린다. 그리고 귀 기울인다. 내 폐 속에 염증이 들어앉아 그것들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부지런히 무언가를 먹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뻘에서 막 나와 온몸이 진흙투성이인 게도 거기 끼어있다. 졸지에 저택이 되어버린 나는 내 과육(果肉)이 어떤 감촉을 그것에게 줄 지도 궁금해진다. 나도 간장 속에 들어앉는다. 나는 게의 탐스런 살을 씹듯 내 맨살을 씹는다. 고통에 절여진 신경을 타고 황홀이 온몸으로 번져간다. 나는 소금에 절여진 회중시계다. 짤깍거리는 시계침 소리가 식당 아주머니를 불러와서 가게문을 닫는다.   




寄港地


1.

삐걱거리는 갑판을 넘어 

넓게 퍼져 나가는 담배 

연기처럼

몇번의 붓질로 스크래치 난 

좁은 창살. 

비늘과 지느러미를 잃은 여자는 바닷속으로 썩어 나갔다. 


2.

아이는 장도(長刀)를 들고 와 매일

허공을 베었다. 아이의 망막 안에서 

지나가는 구름과 가끔 쏟아지는 장대비들이

여자의 몸을 때릴 때가 있었다.


문지방을 넘어서도록 문이 열리지 않는 때가 있었다. 



 




   


 


배는 목이 마르다. 예리하게 날 벼린 파도들이 

배를 때린다. 단두대로 향하는 배. 얼굴 가린 여인들. 잎맥을 따라 바르르


고압전류처럼 흘러가는 회중시계. 가슴을 내놓았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게가 잡혀 가격이 흥정되거나 경매되어
간장게장으로 식탁에 올라 인간의 먹이가 되는 과정을 게의 입장에서 멋지게 풀어 주셨습니다.

시인님 스스로 간장게장과 융화되어 고통을 나누고 식당영업의 마무리 과정까지... 멋지십니다.

Total 34,601건 3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4461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16
34460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4-16
34459 손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16
34458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16
34457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16
34456 德望立志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16
34455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4-16
34454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4-16
34453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4-16
3445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4-16
34451 지중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4-15
34450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4-15
34449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15
34448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15
34447 드림플렉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4-15
34446
댓글+ 4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4-15
34445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15
34444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15
34443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4-15
34442 德望立志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4-15
3444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4-15
34440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4-15
34439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4-15
34438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4-14
34437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4-14
34436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14
34435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14
3443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4
3443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4-14
34432 修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14
3443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14
34430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14
34429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14
3442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4-14
34427
료칸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3
34426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4-13
34425 德望立志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3
34424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4-13
34423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13
34422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13
3442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4-13
3442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4-13
3441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4-12
34418
봄날은 간다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4-12
34417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12
34416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12
34415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2
34414
긴 하루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2
34413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4-12
34412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12
3441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4-12
3441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12
344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12
3440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4-11
34407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11
34406 소리소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 04-11
34405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04-11
34404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11
3440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4-11
3440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1
34401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11
34400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4-11
34399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11
34398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4-11
34397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10
34396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10
34395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10
3439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4-10
34393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10
34392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4-1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