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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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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0회 작성일 24-04-02 00:10

본문

트리스탄 




내 유년시절 아버지는 가난하셨으며 

혼자 손 놓아버리면 후박나무 이파리들이 내 얼굴을 덮어 

더 이상 표정 없는 집은 다만 고요할 뿐이었다.


앙드레 지드의 책갈피가 저절로 넘어가면 

시취(屍臭) 그 속에 가라앉은 햇빛이 

혼자 마당을 뛰어다닐 뿐이었다. 


높거나 낮거나 

잎은 

저 문이 반쯤 열린 빈 방들 중 

그 어디에서 오는가? 


휘파람소리 드나드는 

보석함 안에는 

이졸데의 찢겨진 얼굴이 들어있었다.  


매일 매일 조금씩

풍장(風葬)이 내 등뼈를 대체해갔다.


나는 작게 "불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익사체의 머리를 삼켰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부패한 덩어리였다.    


"불멸."

어느 정오, 옆구리에서 피를 내는 하얀 암말이 망아지를 출산하던 날, 

내 유년시절의 伊는 두 눈을 잃었다.

伊의 두 눈이 청록빛을 띠어가던 날   

검은 거대한 배가 그녀를 실어갔다.

몽롱한 잎 위에 둥둥 뜬 

내 유년의 고요한 빈 집이었다.  

   

번뜩이는 이파리들을 슬픈 표정으로 삼아, 

나는 흙 위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썩어가는 삭과(蒴果)를 주워 그 위에 "불멸"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데졸의 찢겨진 얼굴"
시인님의 시를 통해 변주된 사랑의 화음을 떠올려 봅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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