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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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6회 작성일 24-04-02 00:10본문
트리스탄
내 유년시절 아버지는 가난하셨으며
혼자 손 놓아버리면 후박나무 이파리들이 내 얼굴을 덮어
더 이상 표정 없는 집은 다만 고요할 뿐이었다.
앙드레 지드의 책갈피가 저절로 넘어가면
시취(屍臭) 그 속에 가라앉은 햇빛이
혼자 마당을 뛰어다닐 뿐이었다.
높거나 낮거나
잎은
저 문이 반쯤 열린 빈 방들 중
그 어디에서 오는가?
휘파람소리 드나드는
보석함 안에는
이졸데의 찢겨진 얼굴이 들어있었다.
매일 매일 조금씩
풍장(風葬)이 내 등뼈를 대체해갔다.
나는 작게 "불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익사체의 머리를 삼켰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부패한 덩어리였다.
"불멸."
어느 정오, 옆구리에서 피를 내는 하얀 암말이 망아지를 출산하던 날,
내 유년시절의 蘭伊는 두 눈을 잃었다.
蘭伊의 두 눈이 청록빛을 띠어가던 날
검은 거대한 배가 그녀를 실어갔다.
몽롱한 잎 위에 둥둥 뜬
내 유년의 고요한 빈 집이었다.
번뜩이는 이파리들을 슬픈 표정으로 삼아,
나는 흙 위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썩어가는 삭과(蒴果)를 주워 그 위에 "불멸"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데졸의 찢겨진 얼굴"
시인님의 시를 통해 변주된 사랑의 화음을 떠올려 봅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써버릴 수 없는 주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