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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쓰다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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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4-04-05 11:39

본문

대지를 쓰다듬듯  



치맛자락이 내 눈 속으로 나풀거리며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일몰의 낯빛은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내처럼 처절하게 

멸망의 좁은 문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처음 본 사내의 얼굴처럼 

독을 품은 어스름이 꼬리를 바짝 세우며 

어둠의 발톱을 미간에 숨긴 채 갈라진 사막의 틈새로 

온몸을 쭉 늘이고 있었다 

내갈기듯 써내려간 

건조한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의 등뼈  

쓰다버린 나무젓가락들이 소렌토만으로 떠밀려 만곡을 

그리고 있었다 

책장처럼 넓은 테라스에서 바다거북이를 기다리던 

카루소,

막차를 기다리며 마지막 기척으로 흩날리던 

동맥혈처럼 달궈진 모래의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 뜨거움을 견딘 모래알들이 사슬처럼 

어둠의 정맥으로 쨍강거리며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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