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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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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4-04-10 00:17

본문

밤편지 



친구가 떠나버린 빈 교실 

동주를 읽으며 성호를 그었다 

면도날처럼 


하느님도 예수님도 동주의 샛별을 따라 걷다 보면 

마룻바닥에 울려 퍼지는 공허 

뒤틀린 못자국 소리 울려 퍼진다 


소리를 따라가면 끽끽거리는 

내 아버지의 슬픔과 

내 어머니의 기도와 

나의 미래, 


어느 가수의 사생활처럼

첼로음이 나의 심장을 

활대로 도려내는

거룩한 이 밤,


후두둑

흰 꽃송이들

바닥으로 잠적하는

바닥으로 침몰하는


폐선의 몸부림

폐선의 기울기

나에겐 기도였다

거룩한


한 획의 

자오선

흘수선이었다,


포물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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