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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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8회 작성일 24-04-15 09:19본문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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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시간이 꺼지는 순간이다
툭 끊어진 한줄기 빛이
밤하늘의 어둠을 태우고 영원의 시간으로 흡수되었다
아이의 울음처럼 눈부시게 환한 직선의 획,
또 누군가 지상에서
저녁노을로 물들여진 한 생의 마지막 셈을
하얀 묵음으로 치룬 모양이다
이제 누군가의 새로운 봄은 지상의 시간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마른 입술로 만나야 한다
그곳은 이름을 허문 뼈들이 춤을 추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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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납덩이처럼 무겁게 가라앉는다 뼈 마디 관절 속에서 빙하의 등을 건너던 나비들이 창을 물고 일제히 날기 시작했다 내가 한때 훔치고 싶었던 태양, 그 태양이 앓던 노란 빈혈이 내 살과 뼈의 틈새로 전이되었다 차가운 꿈을 배양했던 몸에서 붉은 찔레꽃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내 바다가 끓는다 내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사랑해야 했다 내 몸에 갇힌 바다의 출구를 열기 위해 입속에 알약 한 봉지 툭 털어 넣었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존재의 열망이 펄펄 넘치는 생의 끝이
그 곳에서 이름을 허문 뼈들이 춤을 곳이다.
한 줌의 뼈로 남을 생들이 그토록
시기하고 모함하고 남겨진 것이란 허무라는 흔적!
이것을 한 올 한 올 뽑아내어
이승의 삶과 저승의 삶을 정밀하게
하나 하나 엮어 펼쳐 보이니
생이란 비단 한 폭을 펼쳐 놓은 것 같습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이 깃폭 아래에 서서
바라보는 생이란 이름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자각하게 합니다.
시의 안과 밖을 투명하게 지켜보는
그 심중의 깊은 언어의 주술적인 힘이
더 강하게 흡인력으로 다가옵니다.
스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쓴 시보다 힐링시인님의 시평이
더 깊고 오묘합니다.
때 묻지 않은 영혼의 죽음, 분명 부서진 뼈들도 춤을 출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천상의 식탁에 초대 받을 수 있는 죽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링 시인님.
김재숙님의 댓글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가 오는 순간 알았습니다. 천천히 마음까지 뿌옇게 적셔오는 시간! 툭 틀어 넣은 알약 한 봉지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꾸러 문 밖을 나서야 할 겁니다.
마음이 두 손을 모으는 곳에 경건함이 함께하는 시간이네요.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시인님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정제된 맑은 시, 깔끔한 시 읽는 기쁨이 저에겐 컸습니다.
제가 창작방 문우님들의 시에 댓글을 달아 드리는 일을
저의 사적인 일로 중단했습니다.
그렇지만 선별적으로 문우님들의 시에 댓글을 달아드리려고 합니다.
시인님께서 글 올려주시면 열심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