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기 전에 > 창작시의 향기

구월이 오기 전에

해변에서 주운 망각을 어루만지다

낮달이 어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말처럼 밀려왔던 작은 섬도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시간도

모두 자신들의 아픔이라고 생각하는

목숨들을 사랑했다

수평선에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진실의 입구도 활짝 열리는 것인지

망각에선 왜 지우개 냄새가 나는지

눅눅한 슬픔을 옥상에서 말리면

사막에서 보낸 하루가

하얀 구름 위로 열기구처럼 솟아올랐다

그때 쏟아지던 소나기는

얼마나 예언적이었던가

빈 조개껍데기 속에는

투명한 어둠이 숨어 살고

낚싯줄을 잡아당기면

붉은 아가미를 벌렁거리며 퍼덕거리던 그리움

바람도 살지 않는

별 위에 무릎을 꿇을 수만 있다면

가만히 놓아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