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는 새 > 창작시의 향기

비에 젖는 새

지평선을 가까이 두고
너른 들판에서
젖은 날개를 펴지도 못 하고
내리는 빗줄기를 피하지도
못 하고 자꾸만 쏟아지는
빗물을 피할 길이 없다

우뚝솟은  전기줄에
앉아서  먹잇감을 둘러보지만
땅속을 기어다니던
지렁이들은 어디로 숨어 버리고  새파란 새순들 사이
열매자리는 꽃을 지고 피우기에  여념이 없다

허기를 움켜줘고
젖은 날개를 퍼득여도
빗물에 잠겨 버린세상 빗물이
깃털을  스며들어 온 몸을
축축하게 적셔온다
미치게도  지렁이가 그리운
보릿고개가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