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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 다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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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6회 작성일 24-04-22 20:32

본문

대웅전 마루에서 해바라기하던 노스님

손때묻은 염주에 알알이 들어와 박힌 화두(話頭)

이명으로 남아있던 법문은

염주 굴리는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고

계곡을 떠도는 알싸한 봄바람에

독경을 대신하는 밭은기침 소리

처마 끝 바람 먹은 풍경소리는

은은하게 산사의 적막을 깨운다.

 

양지바른 다실의 커다란 창가에

엎질러진 봄 햇살에서 빠져나오는 신록들

생기 가득한 수다로 성큼 다가서고

중년 부부의 고즈넉한 침묵을 우려낸

녹차 향은 제 존재를 혀끝에 남긴 채

말 없는 상념(想念)들을 음미한다.

 

빗질한 햇살 반듯하게 모아둔 탁자 위

코끝을 감도는 그윽한 난() 향기는

방 안 가득 반야심경을 풀어내고

바람을 불러 제 속을 비운 대나무 숲

마디 마디에 염원을 담아서

아득한 허공에 간절함을 얹어

저녁예불을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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