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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발 / 어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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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어진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회 작성일 24-04-26 17:50

본문

선한 심부름

투정 한 번 부려보지 못 한


부름에 짊어져야 하는 고달픈 무대

순종은 제사보다 낫다는 걸 미리 알아버린 것일까


국내로 해외로 

산과 들 바다로

육중한 몸과 손에 등에 짊어진, 

돌아보면 아득한 나날들


때로는 누군가 발에 밟히고

돌 부리에 체였던 여러 날

사금파리에 베어 뚝뚝 떨어지는 낭자 한 혈


한 생이 값도 빛도 없이 흘러갔다

붕대를 친친 동여매고서야

뼛속 깊이 새겨본다


하루가 다 닮도록 

체감 할 수 없는 시간은 계속되고

너 없이 올라설 수 있는 무대는 어디인가


발목까지 차 오르던 비애

다시 돌아가라 하면 갈 수 없는,


주름진 겹겹

그루터기에 기대어 바퀴를 굴러본다

더듬더듬 노을 진 풍경 속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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