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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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장례
정석촌
막아서는 어둠을 설득해 멀리서 보낸
이슬로 속마음 비친 별빛 말고는 전한 부음에
누구 하나 설워하지 않았다 나서려 않았다
풀 죽어 다가서는 침묵밖에는
어른거린 코끝에 나비 부른 향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고개 들어 볼 붉혀 발갛게 마주해
장난기 넘친 바람이 머뭇거린 그 얼굴 바란 눈길에 허망을
안긴, 고르고 가린 의미는 스스로 거둬
겹겹에 기울인 정성 아무렇지 않은 듯 흩으려
떠나온 뿌리 곁으로 돌아가려 홀로 갖춘 격조마저 접어
밀린 뒷전에
토라진 허전 등 굽은 줄기 옆에 앉혀두고
초록이 꾸민 고요에 실려 거든 이 없는 허탈 속에 울음 삼킨
아쉬움 멀리 멀어진 꽃잎들
상주로 나선 무덤덤 앞에
어찌 꽃이 꽃에 파묻힐 수 있냐며 무심 속에 스러져
먼 길 올 때나 갈 때나 잇기 위한 헌신의 마침내는
마무리를 바람이 나선 간결한 장례였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어둠을 설득해"
"조용한 장례"를 마쳤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무덤덤 홀로 지키는 조등마저 생략한 상가에
조문 고맙습니다 정민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