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읍내 옷 수선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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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읍내 옷 수선집 앞에서
정민기
나의 사랑은 밤비 내리는 언덕길을 올라도
좀처럼 새벽달이 뜨지 않는다
잔뜩 흐려 별 볼 일 없는 날에 고흥 읍내
옷 수선집 앞에서 어제 써 놓은 시를 퇴고한다
성격이 질기디질긴 가죽옷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옷 수선집 여자가 밖을 기웃거려도,
구름에 가려진 해처럼 그렇게 기웃거려도
한 편으로 된 긴 시의 밑부분을 줄이고
때 이른 철새 떼처럼 긴 옆부분을 줄이고
밤하늘에 눈빛처럼 반짝거리는
별 같은 단추를 달고 있으니까, 그제야
수선집 문이 나비가 날갯짓하듯 활짝 열린다
고흥 옷 수선집 그 여자는
수줍은 미소 날려주면서 커피 한 잔 건네고
수선한 시를 독자분께 배달하러 간다
나는 고흥 옷 수선집 앞에서
명품 옷을 입은 듯 어깨를 들썩거린다
정민기
나의 사랑은 밤비 내리는 언덕길을 올라도
좀처럼 새벽달이 뜨지 않는다
잔뜩 흐려 별 볼 일 없는 날에 고흥 읍내
옷 수선집 앞에서 어제 써 놓은 시를 퇴고한다
성격이 질기디질긴 가죽옷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옷 수선집 여자가 밖을 기웃거려도,
구름에 가려진 해처럼 그렇게 기웃거려도
한 편으로 된 긴 시의 밑부분을 줄이고
때 이른 철새 떼처럼 긴 옆부분을 줄이고
밤하늘에 눈빛처럼 반짝거리는
별 같은 단추를 달고 있으니까, 그제야
수선집 문이 나비가 날갯짓하듯 활짝 열린다
고흥 옷 수선집 그 여자는
수줍은 미소 날려주면서 커피 한 잔 건네고
수선한 시를 독자분께 배달하러 간다
나는 고흥 옷 수선집 앞에서
명품 옷을 입은 듯 어깨를 들썩거린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시인의 말씀 중에
오래전 신경림 시인께서
"머리에 딱 들어와야 좋은 시"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좋은 시를 써 본 적이 없지만
올려주신 정민기 시인님의 이 시가
제 마음속에 딱 들어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휴일 보내시길요.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한 주간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힐링님의 댓글

옷을 수선하는 그분의 사랑이
시인의 마음 속에 덧대어
꿈의 날개를 펴고 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정민기09 시인님!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네, 수선집 여자는 옷을 수선하고
시인은 시를 수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