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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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가 되면
얼룩덜룩 쓰레기 쌓인 한남 3구역 골목 가에 구정물 뒤집어 쓴 어린 나무 하나 뾰루퉁히 돋아있다
녹슬어버린 빌라 철문엔 ’위험 출입금지’ 쓰여진 테이프가 절반이 떨어진 채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지금껏 우린 잘 살던 동넨데, 자기들 나갔다고 위험하다니’
조금 전 트럭 바퀴가 잔뜩 튀기고 간 구정물을 양 껏 들이 마시며 어린 나무는 생각한다
나는 큰 나무가 되면 모두가 드나들 집이 되어줄거야
튼튼한 가지 하늘로 뻗어서 새들 앉게하고
잎 파리로 그늘 만들어 땅 벌레들 머물러 쉬는 그런 나무가 될거야
나는 큰 나무가 되면 모두가 물을 마실 수 있는 강이 되어줄거야
하늘에서부터 비가 내리면 뿌리 가득 머금고 있다가
어느날 땅위로 흘려 시원한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그런 나무가 될거야
나는 큰 나무가 되면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이 되어줄거야
촉촉한 땅속에서 잡 풀들 뿌리와 손잡고 깨끗하고 예쁜 땅 만들어
반딧불이들 가득히 반짝반짝 춤추게 하는 그런 나무가 될거야
쓰레기 뒤덮인 한남 3구역 골목길에서
어린나무 하나 조용히 꿈을 꾼다
댓글목록
페리토트님의 댓글

함께 체감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에 밀착된 시가 진정성 있게 와닿네요. 4연까지가 좋은데
큰나무님의 독백 부분은 정말 아름답지만 조금 식상합니다. 쓰레기 뒤덮인 한남 3구역 골목에
햇볕이 환하게 들게 할만한, 시인님만의 큰 나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뭐든 시에 대한 생각을 말해도 된다고 하셔서 무례한 걸음을 했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하게 쓰먹는 시적으로 보이는 허황된 미사여구나 허망한 문장들이 보이지
않아 시의 기본 골조가 좋아보입니다.
두모님의 댓글의 댓글

와.. 페리토트님
정성스러운 피드백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글쓰기 방향을 하나 깨닫게 됩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