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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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2)
서대문 형무소 창살처럼 사위로 웃자란 줄풀이 호수의 가장자리를 암막으로 가리자
밤안개가 드라이아이스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별빛도 희번덕거리며 거먼 옷을 입은 수면을 비추자 희미하게 발가벗는 어둠의 옷자락
관객이 떠나간 무대 위로 암막이 걷히고 익사체가 폐선처럼 떠올랐다
사선으로 기울어진 수면으로 숨기고 싶은 말들이 나무토막처럼 미끄러지듯 떠다니고
딱정벌레가 시체를 파먹듯 옷섶을 파고들며 목덜미를 핥았다
흙탕물이 파문처럼 일었다
멀리 문드러지듯 푹 파인 등골이 어둠에 갇힌 하늘을 향해 원망의 눈초리를 쏘고
해묵은 때처럼 퉁퉁 불은 썩은 눈알이 거꾸로 처박힌 심연의 뻘밭에 닻처럼 내리 꽂혔다
웅웅 거리는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도 멸종한 신세계의 밤
폐부를 할퀴는 저 샛노란 손톱자국들
물양귀비가 수면을 부둥켜안고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미궁을 헤매다 모가지가 잘려나간 미노타우로스
<목격자를 찾습니다.>
가지 끝에 엎드린 이파리들이 호수면으로 전단지를 뿌리고 있었다
뿌리내리지 못한 슬픔들이 거친 숨소리를 뱉으며 첨벙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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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09님의 댓글

"흙탕물이 파문처럼 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