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걸음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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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혀처럼 움직이던 그의 몸이
어느 날 갑자기 타인이 되어
의지와는 무관하게 되어버린 팔, 다리
경직된 근육은 운동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마비된 신경에 흔들리는 몸의 균형
간신히 경계선 안쪽에 닿아 있다.
급한 마음은 평생 걷던 걸음을 데리고 나섰으나,
지면을 떠난 걸음은 허공에 걸린 채
다음 걸음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아슬아슬한 걸음을 끌고 나가는 지팡이
서툰 걸음은 긴장감에 붙들려 더디고
한쪽으로 파고드는 불안을 두려워했다.
이론이 겉도는 학습된 의식적인 걸음은
숨 쉬는 것처럼 무의식적이었던 걸음으로의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난 후
허망한 집착은 둔감한 세포와 타협으로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화두(話頭) 삼아
오늘도 앞서가려는 지팡이를 감춘 채
몸속에 밴 잃어버린 걸음마를 찾아서
무한반복으로 재활의 시련을 견뎌낸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어린 시절 "잃어버린 걸음마를 찾아" 떠나는 마음입니다.
상당산성님의 댓글

제가 재활병원에 근무하는데 그 쉬운 걸음마를 다시 찾느라고 무진 애를 쓰는 환자들을 그려봤습니다 정민기님의 공감에 감사드리면서 무더위에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