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死句에 이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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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死句에 이르면
저기요!
깊이가 없는
내게도 살빛 고운 혈 자리가 필요해요
온몸을 휘돌아
진저리 처지는 누낭을 떼어 낸
뒤틀리는 산짐승의 눈빛을 꺼트리고
헛것처럼 너를 돌려보내면
사구에 다다른
허기진 배를 쥐어 짤
마지막 달아날 힘이 생길법도 한데
지하철에 오르는 순간
기억은 재빨리 앞으로 달아나고
나의 발자국을 흔들고 지워
부식하는 숨결을 더 앞쪽으로 밀고 가는
헤어진다는 말은 의미가 없어요
개기월식 속 빛을 잃어도
사라진 길고양이는 어느 담벼락 밑에서
당신을 기다려요
끝내 유령처럼 떠돌다 사구에 다다르면
거기서부터 다시 오세요.
허물 벗은 말이 서 있을지 모르지만
힘에 부치는 입속으로
자꾸 넘어 오는 사구死句처럼.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살빛 고운 혈 자리가 거울처럼 반짝거립니다.
그 속에서 넋두리하는 저의 拙文들이
투명한 겨울바다를 유영하는 빙어의 지느러미를 꿈꾸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정민기09님의 댓글

"너무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