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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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새겨진 최초의 울음을 위로하기 위해
노을에 젖은 하늘이 내려앉은 곳,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도 있나
너무나 고요해서 오히려 불안하다
달력을 빠져나간 지상의 시간이 영원에 닿기 전에
눈물 섞인 진통제를 서로에게 먹여 주는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샹그릴라,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하고 화해하여 덧난 상처를 보듬어 치유하는 평화의 상그릴라다
후회와 망설임의 교차점을 통과한 철로의 침목 같은 긴 침묵을 눈동자로만 삼켜도
서로는 가슴을 너무 잘 읽는다
점점 낮아지는 하늘 냄새가 짙어질수록
땅에서 멀어지는 발바닥,
스스로 몸을 뒤집을 수 없는 가랑잎 같은 이들 앞에서
내가 숨을 편히 쉬는 것이 죄스럽고
걸어 다니는 것조차 죄스러워
나는 침상에 가라앉은 이들의 가느다란 시선을 일부러 피하려고 바닥만 처다보았다
이따금 벽의 흐느낌처럼 흘러나오는 하얀 목소리
나는 처음으로 바람의 그림자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귀향할 자궁을 잃어버린 나는.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호스피스 병동에서
철학적인 관조의 치밀함을 직조하는 눈부심이여!
건강한 사람의 눈으로 보는 인간애의 따뜻함이 녹아들어
희노애락을 공감하게 합니다.
아픔의 극한 상황에 놓여 생존이라는 뜨거움를 향한
그들과 동행이 얼마나 큰 고통이자 위로인 것을 설파하고 있어
또 한 번 그 간극을 동시에 바라봅니다.
건강한 생의 최고의 정점은 이 행복인데
이 병동에서 나서면 치열한 경쟁 앞에 약해지는 이 처연함!
건강이 최고의 가치가 순식간 허물어지는 이 비애!
이것을 시인은 적란하게 투시하면서
생의 이 다음의 시간을 향하는 모두가 가야 하는 것을
미리 가보고 돌아오는 그 병동에서
침묵의 언어를 쉽게 풀어내어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너무 강럴하게 다가옵니다.
언제나 인간를 탐구하는 통찰력에 놀라게 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써 놓고 보면 늘 아쉬움만 남는 부족한 시에
과분한 시평을 정서스럽게 주셔서 송구스럽습니다.
십여년 전에 본향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이 호스병동에 계실 때
제 평생 나눴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저의 사랑과 감사를 어머님께 고백했습니다.
7월이 되면 어머님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링 시인님.
정민기09님의 댓글

"노을에 젖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정민기 시인님 다녀가신 흔적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선돌님의 댓글

저는 지금의 건강상태로 보아
호스피스 병동에
있어야 할 것도 같은데.. (웃음)
시에 머물며
많은 생각 머물다 가네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안희선 시인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시인님은 독자를 위해 하실 일이 많습니다.
좋은 시 많이 빚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