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는 날 > 창작시의 향기

여행 가는 날 

행복하십니까?

어둠이 깔린 천근의 꿈속을 헤매다 아침을 소복이 담은 만근의 뚜껑을 열었다

신발 끈을 조이고 행복의 날개가 퍼덕거리는 파랑새를 찾아 길을 나선다

양력을 얻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걸었다

살아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숨 쉰다는 것에 관하여

깨진 사금파리에 살갗을 베었다

벌겋게 허물어진 자국들

땅끝 마을에 가본 적이 있다

뿔을 치켜든 황소 대가리가 눈을 희번덕거리는 라비린토스

꿈을 움켜쥔 실타래가 끊어지는 날

비로소 바깥의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팎으로 불경기에 공항은 오늘도 대만원이었다

활주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고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