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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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빛이 벌써
하루가 다르게 깊어진다. 가라앉는 코발트빛이
서늘한 물의 잔약한 떨림 속으로 섞여든다.
먼 바다에서 전어떼들을 불러온다.
바닷가에 가서 멀리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하는
희미한 섬을 보았다.
섬은 웅크려 앉은 소를 닮았다고 했다.
머리와 뿔을
가을이 오는 방향으로 돌린다고 했다.
바다 위에 뭉게구름들 젖은 쪽빛
속 하얀 물감 번져가듯 한없이
부풀어 오르고, 새하얀
거대한 섬들 서서히
해변으로 떠
밀려온다. 부유해 온 목함(木函) 속 해초 조각들이
내 무릎에 달라 붙는다.
각혈하는 동백꽃 앉아있던 충만한 의자가
텅 빈 청록빛
날개의 궤적이 되어버린 뒤부터.
나는
바다가 가을빛을
수평선 너머로부터 품어 올 때면
이렇게 해변에 혼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좋았다.
댓글목록
연활님의 댓글

서정적 자아의 위치나 높이가 고적합니다.
그 고도에서 시를 낚는 태공의 솜씨.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