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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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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30회 작성일 24-08-24 02:27

본문

비어 있는 벤치


우리는 젖어 있는 흙을 밟고,

날 선 검은 현무암이 한가득 

쌓여 있는 애월의 해변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계단 층층이 나지막한 

흐느낌에 어떤 음색들을 부여하는

함(函) 바깥으로 첫번째 

발자국을 내딛었다.


닫힌 청록빛 철문은 녹슨 서연의 발자국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무엇인가 말하려다가 잠시 정지......또 정지...... 비릿한

파도가 끊임 없이 씻어내는

술잔 속 빨간 등대까지 빛나는 호롱불 하나 하나 

이어진 길.


우리들은 

교수대 하나가 황홀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옥상으로 뭉게구름 가까이 올라간다.


사각거리는 잔디밭 너머 

수평선 너머 

별들을 부른다. 하나 하나 돌아눕는 창문들마다 

날 내다보는 얼굴이 있다.   


시를 써 넣어야 할 여백이 너무 많은 

서연의 얼굴 속 풍경이 스산한 가을바다 눈꺼풀 속

죽은 매미가 나뒹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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