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 창작시의 향기

기다림은 파아란 그리움을 간직한 채

미 숙성된 아직 사이에 숨어들어

절박하고 끈질기게 버텨나가고

침묵에 지친 기다림은 뒤척이면서

자꾸 열어보지만, 여전히 열리질 않는다.

기다림에는 간절함을 태우는

가슴앓이의 그을음 냄새가 배어있고

형태를 지니지 못한 공허함에 매달린

골똘함의 현기증 나는 무게

희망 고문은 만성(慢性)이 된 채 계속 자라나고

아울러 ‘열심히’란 말도 바빠지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림을 꺼내놓고 들여다봐도

바닥을 알 수가 없는 기다림의 고통과 질감

체념이 자라나는 자리에 가끔 들락거리는 기다림은

염치없이 나에게 들키기를 갈망했고

기다림 끝의 여백은 힘겨워 보이나,

어쩌다 삼킨 기다림은

돌미나리 향처럼 상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