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 창작시의 향기

달빛 

                   - 월광소나타 3악장을 감상하며 

심장을 씹어 삼키는 고동소리 

밤눈 어두운 내 시력처럼 무서리가 뚝뚝 떨어지고

하루하루 죽음의 독배를 마시던 렘브란트가 바지랑대에 기댄 빨랫줄처럼 

저기 노스탤지어 펄럭거리는 수평선에 뱀처럼 똬리를 튼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미완성 교향곡처럼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오늘도 소복이 눈이 쌓이고

쪽창으로 방탕한 아들을 껴안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잘린 손이 

부유하는 햇살처럼 투과되고 있었다

멀리서 여리게 여리게

얼음을 가르는 쇄빙선 소리가 싸락눈처럼 귓바퀴를 애무하고 

내 몸에 웃자란 얼어붙은 실오라기들

십만 킬로미터의 혈관이 성난 복어처럼 가시를 돋우자

온몸이 시한폭탄처럼 쭈뼛 발기하고 

밤하늘도 허연 거품을 내뱉으며 발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