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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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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회 작성일 24-11-08 04:20

본문

젊어서 아파트 공사장에서
시멘트와 벽돌을 날라 어린 삼남매를 홀로 키운
울 엄마

엄마의 하루가 영 고된 어느 날은
퇴근 후 집 안에선
이유없이 성난 파도처럼 잔소리가 날아와
어린 삼남매를 벌처럼 쏘아댔다

오른쪽 어깨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팔십 넘어서도 아파트 청소일을 멈추지 않던
억척스런 울엄마

인생은 유독 그런 엄마에게만 심술을 부려
아파트 바닥을 닦아내던 독한 세제가
피부에 툭툭 붉은 알러지를
가시꽃처럼 피워내곤했다

청소하는 일이 뭐가 그리 좋아
여적까지 하냐 구박해도
이제는 제발 좀 쉬라해도
쉬지도 못하더니
팔십 셋, 막상 일 놓으니
살면서 한번도 놀아본적 없던 몸이
병이 났다

자식복 남편복은 없고
일복만 지긋지긋해
이제 겨우 쉬어보나 했던 바싹 마른 몸이
허리춤에  단풍 몇 개 달랑 남은 지는 가을마냥
노을 이불 단단히 덮고
두어달 된 몸살을 앓는다

몇 안남은 잎새가
혹여 마지막 잎새가 될까싶어
아직도 엄마가 필요한 막내딸은
자꾸 속이 타는데
호강 한 번 누려보지 못한 엄마의 겨울은
벌써 코 앞이다    ㅡ 2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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