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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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바다에 닿지 못하고 죽은 강이 밤이 되면 살아나 달을 품는다. 영혼과 육신의 틈 사이를 흐르는 강물이 세상을 부른다. 누군가 마음의 뼈를 삭이기 위해 등 뒤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투명한 액체가 든 녹색 병에 흔들리는 밤을 희석해서 그늘진 자신의 마음을 소독한다. 어둠의 농도가 단단해질수록 시간의 발자국이 가로지른 그의 흰 눈자위는 더욱 붉은 단풍잎이다. 아직 물에서 나오지 않은 젖은 목소리의 무늬가 달에 번져 얼룩진다. 오래전 그가 달의 난간에 널어놓았던 꿈을 달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책갈피처럼 접힌 밤의 정수리 위에 서서 그가 목소리를 뽑는다.세상이 그의 무릎아래에서 귀를 세운다.
새벽이 오기 전에
흐트러진 꿈의 색채를 모으고
수분을 털어야 한다
캄캄한 내면의 바다에서 퍼 올린 그의 음색이
응고된 환청으로
내 귀에 물꼬를 내고 있다
어느새 새벽이 발아되고 있었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취객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여지지 않았다면
강물의 근원적인 흐름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규명하고자 하는 자연성을 반영되는데
여기에 취객의 노래가 놓여질 때
전혀 다른 의미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강자체가 취객의 내부로 전환되어 또 한 번
많은 시사점을 불러 옵니다
그만큼 투명함을 통해서 내면을 강물로 비유함으로
추구하는 그 미학이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마침내 취객은 새벽에 되어서야 의식에서 깨어나는
다시 말해서 발아라는 이 변증적인 철학의 의미를
동원하고 있어
도시인들의 삶의 깊이와 밤의 깊이를 통해
상실된 현대인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려낸
뛰어나는 솜씨를 봅니다.
가을을 거쳐 오면서 큰 대어를 올렸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변변치 않은 글이 이토록 훌륭한 시평을 얹어 주시니
제가 부끄럽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힐링시인님의 시평이 저의 글을 능가합니다.
시인님은 시도 잘 빚으시지만 평론에 도전해 보시면
평론가로서의 명성을 크게 떨치실 분입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힐링 시인님.
안산님의 댓글

비록 바다에 닿지 못한 강이라고 할지라도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막의 깊은
수로를 따라 그 강물은 결국 바다로 흐르니까요. 그렇게 흐르는 물의 맛을 수퍼스톰
시인님의 시에서 맛보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이런 것이 어려운 시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를
생각해 봅니다. 자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정의와 지표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하면
오해일까요. 시인님의 깊은 시심을 느끼며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안산 시인님
생각나는 대로 써 놓고 보면 두서없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네요.
부족한 글에 시인님의 마음을 얹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김장하는 날인데
아내가 김장한다고 준비하는 거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잔소리한다고 쫓겨 났습니다.
행복한 주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시를 잘 빚으시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시는 넘 좋네요.
나도 이런 제목으로 쓰고 싶네요.
부럽습니다, 필력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제 게 과분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써 놓고 보면 어딘가 어색하고
결구의 완성도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같습니다.
다녀가신 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십시오.
너덜길님의 댓글

늘 좋은 말씀과 사람 좋은 발걸음 해주시는 시인님,
잘 읽고 마음에 음미하였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다복하시길 빕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너덜길 시인님 다녀가셨네요.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시 부러운 마음으로 잘 읽고 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