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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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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5회 작성일 24-12-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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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내리는 함박눈
그 침묵의 무게에
나무는 휘고
비닐하우스 철근이 휘고
옹벽이 무너지고
사람들 마음이 뜨겁게 젖는다

보물처럼 숨어있는 이름들
하나 둘 꺼내어 불러도 보고
먼 데 있는 얼굴들 그리워하다
마음이 보름달처럼 휜다

20센치의 습설이
모든 높이를 무너뜨렸다

눈물이 사람을 눅눅하게 하듯
마른 눈은 아무 탈 없이 지나갈 걸
습설은 감성도 풍부해
꼭 감기처럼 눈물을 퍼뜨린다

한 계절을 다른 한 계절로 바꾸는 힘
사람들 가던 길 멈추게 하는 힘
감탄사 하나로 온 세상의 추앙을 받는 힘
세상 모든 물정을 순백으로 통일시키는 힘
콧대 높은 줄 모르던 욕망을 지긋이 밟아주는 힘

무시무시한 습설을 품에 품고도
무너지지 않는 하늘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이틀
순수를 뿌려대며
서울을 미친듯 흔들고 있다
위태롭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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