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판자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4회 작성일 25-01-18 11:39

본문

  판자촌 



  검댕이보다 더 검은 빛깔로 멈춰 선 강이 우두커니 있던 곳


  그 강둑 아래 억새와 함께 가난한 우리가 살던 곳


  판자로 엮고 흙으로 쌓은 집들은 불도저 하나면 먼지처럼 사라질 것 같았던 곳


  엄마는 하루의 노동으로도 하루의 삶을 웃을 수 없었고 아이들은 옆 동네 아파트 아이들의 하얀 피부에 주눅들어 습관처럼 둔덕으로 달려오던 곳


  오래되고 낯익은 저녁과 함께 바람이 불어오면 땀과 한숨으로 뒤엉킨 하루가 고개를 숙이던 곳


  흘린 코를 주섬주섬 닦으며 어린 남매가 바라보던 부엌에선 하루의 삶과 맞바꾼 보리밥이 익어가던 곳


  흰눈처럼 쌓인 그것들을 이웃집 아주머니의 억센 손이 퍼올릴 즈음 저녁의 어스름을 뚫고 등이 휘어지고 살이 헌 걸인이 다가와,


  배고픔으로 떨리는 파리하고 낡은 그녀의 손이 솥을 덮치면, 가시보다 쓰라린 아주머니의 밥주걱이 그녀를 할퀴던 곳


  스르르 공동(空洞)으로 변해버린 마당에서 걸인은, 검은 낯빛으로 어린 남매를 잠시 쳐다본 후 바람에 밀려 억새풀 쓰러진 강둑을 걸어가던 곳


  멀리서 새소리 들려오고 천년보다 길었던 노을의 삶이 스러지고 있던 곳


  그러나 뒤따라 걷던 동생과 나의 눈 속으론 강둑 끝 포도밭 짙푸른 포도송이 비처럼 쏟아지던 곳


  어느샌가 억새 지나 포도밭 지나 미루나무 위로 해가 떠오르던,


  그, 곳.


  문득 눈을 감으면......

  내 우멍한 두 눈을 감으면


  그 때 우릴 껴안던 노을의 속살이,

  보리밥 익어가던 밥솥 밑 장작불이,

  그리고 그걸 지켜보며 서 있던 포도빛 저녁의 미루나무가,


  천천히 걸어와 내 맘에 드러눕는 곳.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득한 한때의 시간이 밀려오는 듯 합니다
강 억새 저녁 노을 판자
이런 단어들이 산산조각으로 널려 있어 한층 더
한구석으로 몰아 넣습니다
건강하신지요?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이로군요.
눈이 내리고 비가 내려도
우리들 삶은 흘러가고,
시는, 그 심장을 읽으려 하겠지요.
겨울을 읽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판자촌 시절,
가난했지만 눈빛 반짝이던 마음이 그립구요.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아직도 부산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한때는 무작정 이곳 부산이란 지명을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었지요
부산이란 지명이 너무 싫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사람이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는 일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희 3남매를 낳고 기르셨던 곳
결국엔 이 쇠창살 같은 뿌리에 갇혀 생을 마감하셨지요
부산은 산이 많아 釜(富)山이라고 명명했다는 얘기를 오래전 선친께 전해 들은 적이 있지요
자고 일어나면 산마루마다 판자로 지은 집들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매를 열었지요
잊고 살았던 까마득한 그날의 기억들이 시인님의 시를 감상하며 행간 속에 제가 침잠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되돌아가기 싫었던 어두컴컴한 그 산마루 골목길을 오늘밤 떨리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훌쩍거리며 뛰어갑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러시군요.
제 유년의 판자촌은 제 평생의
자양분입니다.
어쩌면 어두운 속에 빛은 더욱 빛난다는
교훈을 던져준 시절이기도 하구요.
항상 건강하시고 안녕하시길 빕니다.

Total 36,809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45 12-26
3680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 21:23
36807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 21:04
3680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17:54
36805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14:41
36804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12:46
36803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8:32
36802 드림플렉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7:19
3680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 05:59
36800 고금후제일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 05:25
36799 힐링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0:02
36798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2-09
36797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 02-09
3679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2-09
36795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2-09
36794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2-09
3679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2-09
36792 드림플렉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02-09
36791
갑질의 입 댓글+ 1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2-09
36790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2-09
36789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2-09
36788 kukumant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2-08
36787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2-08
36786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2-08
36785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2-08
36784
바닷바람 댓글+ 2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2-08
36783 깃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2-08
36782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2-08
36781
가로등 댓글+ 2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2-08
36780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2-08
36779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2-08
36778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2-08
36777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2-08
36776 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2-08
3677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2-07
3677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2-07
36773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2-07
36772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2-07
36771 두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2-07
36770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2-07
36769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2-07
3676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2-07
36767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2-07
36766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2-07
36765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2-07
36764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2-07
3676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2-06
3676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2-06
36761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2-06
36760
바다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2-06
36759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2-06
36758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2-06
36757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2-06
36756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2-06
36755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2-06
3675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2-06
36753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02-05
36752 드림플렉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02-05
36751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02-05
36750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2-05
36749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2-05
3674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2-05
36747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2-05
36746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2-05
36745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2-05
3674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2-05
36743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2-05
36742 작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2-04
3674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2-04
36740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2-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