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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존슨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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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9회 작성일 25-01-22 01:29

본문

로버트 존슨과 나 


눈 먼 소년은 사거리에 나가서 악마의 깃발을 찾았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입에서 해시시 매연을 내뿜고 있었네. 눈알이 도라지꽃처럼 멍 들고 목이 걸걸한 쇼윈도우 안에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새하얀 종아리에 피 묻은 여자. 목이 새하얀 여자의 얼굴에는 입술 대신 거대한 틈이 벌어져 있었네. 예리한 칼을 들고


살인마 하나가 거길 지나갔다지. 살인마 하나가 늙은 기타를 메고서 성가를 부르며 지나갔다지. 목에 건 녹 슨 깡통 안에는 천국의 동전들이 짤랑거렸다지. 노동은 천국입니다. 난자당한 여자의 가슴 위 벌어진 에서,


뜨거운 땀방울들이 엿보이고 검은 노예들이 한여름 빛 쬐며 쇠사슬을 당기고 있었네. 동전 한 닢 무게만큼, 지네가 아이를 먹고 있었네. 무수히 많은 


버둥거리는 다리들이 노동요를 부르고 있었지. 노예의 살점을 조금씩 조금씩 잘라내 쉰 목소리의 신을 쌓아 올렸지. 너는 손이 여섯개야. 여섯개의 손이 저마다 하나씩 죄를 얻어, 저절로 흔들리는 기타줄을 향해 불안정한 화살을 쏘았지. 여자의 질 안에서 샛노란 옥수수들이 잔뜩 부풀어 익어갔지. 가난한 가족들이 좁은 상 주위에 모여 옥수수를 먹었지. 저녁도 먹고 아침도 먹고 서로의 팔다리도 먹고. 각질로 덮인 쇠사슬을 씹다가 


이가 모두 부러졌지. 폐렴을 앓던 해바라기 소년은 자기 혓바닥을 잘라 신에게 주고, 그것으로 불 붙은 채찍을 샀지. 채찍으로 자기 망막을 때렸지. 사람들이 서둘러 벨벳 커튼을 열었네. 염소발굽모양의 스팟라이트가 크게 울부짖었네. 노예는 무대 위에서, 


그 대가로 방금 물에서 건진 목함을 주었지. 소년은 여자의 몸에 채찍으로 낙인을 찍었지. 땀을 흘리는 그 목함의 속은 비어 있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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