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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니의 무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2회 작성일 25-01-25 00:08

본문

오쿠니의 무덤


- 시마네현 이즈모 국도 431호선 위에서 이상하게도 버스가 날 내려놓고 가 버렸다, 마침 눈이 오는데, 사방에 아무도 없이 어둑어둑해졌다. 할 수 없이 어딘가 닿으리라는 기약도 없는 시골길을 혼자 걷는데, 낡은 간판이 갑자기 나타났다. 보일 듯 말 듯 희미해진 글자로 오쿠니의 무덤이라는 글자가 거기 적혀 있었다. 오백년 전 헤어졌던 오쿠니의 이름을 다시 만나서, 나는 그녀의 무덤을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

    


까마득히 높은

깊은 늪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사방이 적막하였다. 청록빛 이끼 사이사이 눈발이 거세졌다. 아뿔싸! 좁은 산길이 앞도 보이지 않게 둘로 


갈라진다. 어디로 가야 네 

무덤에 닿을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계곡과 벼랑을 기어오르기 전에 

해변을 지나왔다. 나는, 거대하게 해변에 놓여 있는 


네 늑골들 사이를 지나왔다. 폐선에 가로놓인 제방은 헐떡이듯 먼 능선을 

가리키며, 네 굳게 닫힌 입술은 거친 대지를 썩어가는 내장 

아래로 침잠시킨다. 


둘 중 한 길은 텅 빈 폐허가 된 신전으로 이어져 있었다. 허물어져 앉은 기둥은 

연지를 찍은 듯 새빨갛고 허무한 신들이 거기 머문다고 했다. 화강암을 깎아 만든 새하얀 눈 먼 토끼들이 

줄 줄 녹아내리는 거북이들을 타고 뛰논다고 한다. 너의 무덤은 


여기가 아니다. 너는 비천하고 얼굴이 달빛처럼 새하얗고 색정광이었다. 네가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내려올 때면, 집집마다 지붕에 빨간 깃발 나부끼고 숫말들이 발굽을 땅에 짓찧으며 힝힝거렸다. 너는 이끼 끼고 닳아버린 

비석 하나를 품에 안고 누워있어선 


안된다. 엄숙한 기둥들이 네가 해체되고 남은 흔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렇다. 비뚤어지고 

휘청거리고 서로 헤어질 수 없다는 듯 껴안고 뒹구는 그런 자작나무들 사이에 

네가 있다. 아침 문을 열고 나가면 마약 과다복용으로 웅크리고 죽은 흑인아이 벌린 입에서 하얀 


썩은 거품을 흘리고 있는 곳에 네가 있어야 한다. 너는 그 썩은 침을 핥는다. 죽어있는 포연이 뿌옇게 

가라앉고 화약냄새가 가시지 않은 인세의 지옥, 아이들의 살점이 뜯겨져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그런

지옥의 한가운데에 춤추는 네가 있다. 나는 죽은 아이들과 함께 너를 뜯어먹었다. 너는 그저 웃으며 펄럭이는 무명천들과 함께 발광할 뿐이


었다. 나도 아이들도 울었다. 너의 무덤은 나다. 어둔 방에 들어와 등불을 딸칵 켜면 고통으로 흐느끼는 사방 벽들의 잔향. 오쿠니의 

춤은 나를 죽였다. 나는,  

폐렴균을 핥으며 고독한 방 안에 홀로 앉아 백 편의 시를 썼다. 네게는 백 개의 무덤이 있다. 오늘밤은 네 백 개의 무덤이 날 찾아온다. 창


의 배꼽이 날 찾아온다. 휘황한 등불이 흩날리는 휘파람을 분다. 오쿠니는 존재한 적 없다고. 그녀를 만지려 하지 말라고. 나는

이 휘황한 언어들로 해체되는 것이 두렵지 않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무덤의 비문에는

"세상을 좀먹는 콩트,
좀먹다 뼛가루가 되어 돌바람에 나부껴 퇴적물이 흰 눈처럼 쌓여,
쌓이고 싸여 여기 눈사람이 침묵으로 얼어붙다."라고 써져 있을 것 같습니다.

시,
잘 감상했습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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