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이 있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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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이 있는 저녁
돌아서다 무심코
그림자를 밟았을 뿐인데
가던 길이 되돌아오고
나는 내가 아니고
사랑이라고 믿었던 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꺾은 꽃의 향기는
누구의 꿈속에서
서로를 용서하는지
오늘을 건너가는 두통은
어떤 색깔의 침묵을 좋아하는지
유리병 속의 알약은
불빛을 끌어안고 하얀 옷을 벗는다.
아물지 않는 상처엔
칼로 자를 수 없는 연민
티슈에 스며든 후회와 눈물은
증언이 될 수 없으므로
어둠과 타협하지 못하는
베란다의 흰 빨래처럼
내일을 향해 가는 고독
욕조에 몸을 담그면
슬픔이 파랗게 우러나오고
흐린 거울의 가슴 속엔
따스한 강이 조용히 흐르죠.
뒷모습만 남은 시간은
열린 창을 살며시 흔들다 가고요.
댓글목록
풀섬님의 댓글

욕조에 목욕을 하고
착잡한 생각에
알약을 드시나 봅니다
멋있는 시
잘 감상 했습니다
~~**
사리자님의 댓글의 댓글

풀섬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