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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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을 탈출한 그의 눈이
거꾸로 선 물음표만 가득 담긴 모딜리아니의 눈처럼 깊다
한순간 광속으로 멀어져간
별빛의 고리를 담은 눈동자를 지워버린 눈,
최후의 포옹처럼 고요하다
입술과 입술 사이의 눈부신 운하에서 흘러나온
주문 같은 문장의 반복적 나열,
그가 닫은 세계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지만
몸속 가득 채운 빛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그의 정신의 기슭을 적시는 바람은 언제나 안개 긴 세상 너머에서 불어온다
매일 밤 별의 적막한 틈새를 주무르는 그는
지상의 시간보다 빠르게 달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목마른 갈증을
피아노 건반에서 열 손가락으로 직접 길어 올린 바람으로 해소했다
시간의 한 부분을 앞서 있는 그의 앞에
파도처럼 부서지는 갈채가 수직으로 섰다
눈사태가 난 가슴으로
몸돌을 굴리며 별의 해안을 헹군 즉흥 환상곡,
허공을 딛고 열 손가락으로 그린 무채색 그림이 그가 달에 낸 창문에 걸렸다
슬픔보다 아픈 이름 뒤에 있는 그의 얼굴이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2연이 좋네요.
마지막 연 [슬픔보다 아픈 이름 뒤에 있는 그의 얼굴이다.]
잘 빚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학생이 작곡을 하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습니다.
별의 해안을 적시는 은하의 강물 같은 소리 같았지요.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힐링링님의 댓글

신의 공평성!
한 인간에게 내려진 가혹함에 논한다면 끝없는
의문의 연속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한 인간의 고통 속에
내재한 무한대의 세상 비밀! 인간의 비밀!
여기에 담아둔 신의 깊은 뜻은 놀라움이자
그 능력의 한계라는 것이 감동이라는 것에
다시금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이 양 측면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처음과 끝을 담담하게
펼쳐 보이며 신의 위대함이라든지 인간의 불행에 촛점이 아닌
그 속에 담겨진 세계를 들러냄으로 두 세계를 펼치고 있어
놀라움의 감동을 안겨줍니다.
인간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서 빚어내는
그 곡들은 시사한 점이 너무 위대하기만 합니다.
결국 인간이 안전체라는것이
얼마나 무위인가를 입증해주고 있어 뭉쿨합니다.
오랜 침묵은 결과물은 언제나 견고함과 빈틈이 없어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신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삽니다.
부족한 부분은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힐링시인님,
제가 쓴 글보다 더 깊고 넓게 사유의 폭을 확장시켜 주시니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시인님의 소중한 시간을 쓰시면서 부족한 글에 이렇게 장문의 시평을 주시니
매번 너무 감사하기도 하지만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요즘 복잡한 일이 있어 신경을 쓰다보니
글쓰기에 열중을 못했습니다.
날씨가 연일 참 춥습니다.
항상 건강유의 하십시오. 힐링시인님. 감가사합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시인님, 매서운 날씨에 건강 하신지요?
반짝이는 시어들로 자폐의 소우주를 잘 그려 주셔서
고맙게 감상하고 갑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석류꽃 시인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부족한 글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일 차가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시 많이 지어 주십시오. 열심히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