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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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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회 작성일 25-02-19 11:21

본문

        - 구두 -


현관 앞을 서성이는 아침

뒤로 자빠진 신발들을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한 켤레

푸드덕 날개를 펴고 날아 갈 것만 같다

사치라는 걸 툭툭 털어내며 지내왔던 아버지

투덜투덜 다녔던 구두

깃털처럼 가볍게 다녔을 것 같은 발걸음

땅바닥은 아버지 발자국을 조심스레 가슴에 안았나 보다

엄지발가락이 세상구경을 하고 싶었는지

앞창이 쩍 하니 입을 벌리며 낡은 비명

신발 앞창에서 바람이 불며 갔나 보다

자꾸만 세월을 떼어 주며 다녔겠다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처럼 낡음을 입에 물고 있는 구두

땅바닥에 허름함을 흘리며 다녔던 구두

바람도 살금살금 빗겨갔을 것 같아 보인다

낡음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애달픈 뒷굽

땅바닥이 야금야금 갉아먹은 신발 밑창

조금만 움직이면 구겨질 것 같다

공기가 혓바닥으로 핥아서 부드러워진 구두

살점을 아낌없이 떼어준 물고기처럼 너덜너덜 하고

발가락으로 앞창의 아가리를 틀어막았을 것 같다

하루하루 힘겹게 땅바닥을 매만지며 걸었는지

너무 헐렁해진 몸으로 찡그리고 있는 구두

매일 밤 현관 앞에서 끙끙 앓아눕고

아무리 봐도 구두약 바를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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