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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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 -
고요가 꿈틀거리는 열람실
싹둑 잘려 나가야 하는 잡음의 꼬리
정숙을 끌어내려는 발자국 소리
유리벽 밖에 수상한 힐의 옆모습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 올 것 같다
힐 굽 소리가 점점 커지는 순간
또각또각 집중력을 파괴시키고 있다
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들어오는 발걸음
힐의 천연덕스러운 눈초리
아주 뚜렷하게 들리는 굽의 목소리
점점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의 경고
경직되어 이글거리는 눈빛들
우르르 쏟아 질 것 같은 분노의 그림자
당당하고 도도한 그녀의 굽
전혀 거리낌 없는 높이의 표정은 아무 일 없단 듯이
금방이라도 또각거림은 삭제 될 것 같은데
사방에 뿌리고 다니는 스타카토 목소리
더욱 적극적으로 또각거린다
꼭꼭 숨어있는 그녀의 좌석번호
힐의 목소리가 폭발 할 것 같은 찰라
“도떼기시장이야” 외치는 굵은 목소리
점점 정열적으로 힐을 세우고 있다
좌석을 좌우로 살펴보는 시선이 수상하다
잠시 고요해지는 열람실 안
아무 일 없단 듯이 또각또각 힐은 사라진다.
댓글목록
안산님의 댓글

성스러워야 할 열람실의 고요를 어느 여인의 구두굽이 망쳐놓았군요.
요즘은 하이힐을 신는 여성이 많지 않습니다만 그 신발의 굽이 내는 소리는
유난히 큽니다. 똑 똑 똑 또는 또각또각 으로 표현되는 그 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청각을 자극하지요. 경쾌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끄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열람실과 같은 장소에서의 그 소리는 오만과 몰상식의 극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시인님의 시에서도 그런 감정의 목소리들이 튀어나오네요. 한 때는 그 소리가 여성의 도도하고
당당한 목소리처럼 인식될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습니다.
주변 사물이나 상황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는 시인님의 시심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아주 오래전 도서관 다닐 때 일입니다.
꼭 한두 명씩 힐을 신고 오는 일이 있었어요.
굽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공부하던 사람들이 집중을 못하더군요.
지금은 도서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몰지각한 사람들 없었으면 하죠.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안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