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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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를 보다
-산불
창세기의 말씀이 타고 있는 동안
어둠에 매몰된 핏빛 하늘이 내려앉았다
지옥을 위로하기 위한 몸부림일까
수직으로 일어선 붉은 혀가 율려와 우주의 리듬으로 하늘의 상처를 핥는다
어둠의 재에 뿌려진 눈물을 태우며
흐느적거리는 불의 혀에 의해
무수히 허공에 새겨놓은 비문이 모두 지워졌다
결코 태울 수 없는 말씀의 가치 위에서
말씀을 잠시 무너트린 창조적 파괴는
무너진 이들의 뺨에 눈물의 도랑을 내었다
위로와 화해를 위한 지상의 폐허,
치유의 씨앗을 부린 이곳에도 신이 몰래 다녀간 발자국은 남아 있을 것 같다
아포칼립스의 시간은 직선이 아닌 곡선의 시간이어서
생존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본다
바람을 포옹한 불꽃이 밤을 새워 쓴 일기장으로
검은 판화를 남겼다
두 눈으로 아포칼립스를 목격한 이들이 발화점을 찾아 묵시록을 써내려 간다
이는 또 다른 창세기의 시작이 될 묵시록,
누군가를 위로하고 응답할 수 있는 내면의 바다다.
아포칼립스 : 재난, 대재앙, 종말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이번 산불의 재앙이 가져오는 파장을 너무 컸고
인간이 이룬 모든 것이 불씨 하나로 소멸의 상태로 내던져 존재의
아찔함을 명료하게 풀어내는 힘을 다시금 접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온 아포칼립스는
다가오는 시대의 예감하는 이 전조 현상은 그 분이
어떤 모습으로 오시는 것을 봅니다.
사람을 대신할 그분이 아니고선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데 로봇이 그분처럼 모든 것을 도맡아
시대를 이끌어가겠다 뜻인데 이것을 직시하고
산불 속에 펼쳐지는 이 다음에 세상을 꺼내어 진진하게
펼쳐 놓아 가슴 뭉쿨하게 합니다. 이런 예지력은
한 순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닌 믿음의 자리하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요.
이 번 산불을 통해서 다음 시간의 흐름을 읽어내어
담담하게 수채화로 그려 놓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오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고 선고 앞에서
겸허함을 지켜보며
수퍼스톰 시인님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역시 이번에도 저의 글보다 힐링시인님의 시평이 더 빛납니다.
역대급 피해와 충격을 준 이번 산불을 보고
모든 국민의 안타까움은 이루헤아릴 수없이 컸지요.
마치 지옥을 연상하듯 땅과 하늘을 삼킨 불의 혀,
하지만 이런 무서운 재난, 재앙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꿈은 살아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또 다른 내일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꿈일테지요.
새 하늘, 새 땅을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묵시록이 아닐런지요.
좋은 말씀으로 함께 해주신 힐링 시인님,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경상도 산불을 봤지만 넘 겁이 났었어요.
자연적으로 일어난 산불은 어쩔 수 없지만 사람의 실수로 내는 건 얼마든지 막을 수 있겠는데...
긴 시간 자랐었던 나무가 탔으니 그 세월 만큽 다시 복구해야 하는데 한숨만 나옵니다.
마음이 무거운 밤 입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께서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녹화사업에 가장 빠르게 성공한 나라가 한국인데
한순간에 수십 년 가꾼 산림이 재가 되는 안타까운 산불, 더는 없었야 겠지요.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들향기님의 댓글

수십년을 가꾸어도 힘든 나무들 사람의 실수로
한순간 잿더미로 너무나도 안타갑고 산불을
보는 동안 가슴 조였습니다
일평생을 일구어놓은 삶의 터전 하루아침에
잿더미 얼마나 막막할까 다시 일어설수 있는
용기가 생길까 막막할것 같습니다
나라에서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 주면 좋겠습니다
건필하시고 건강하세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네. 모든 국민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겁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 희망의 싹이 돋기를 염원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들향기 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기후 위기,
일상적 삶에 대한 통찰이나
내면의 서사가 디테일 그자체입니다.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언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십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깊은 감동 받고 갑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시를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기 쉬운 일상의 시어를 엮어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써 놓고 무슨 헛소릴 쓴 건지 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글 장난으로 시를 모독했다는 죄책감도 들더군요.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