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와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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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와 도끼
점심으로 오이를 썰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단 한 번의 칼질에서 진하게 풍기는 오이 향기
칼날을 코 가까이 대니 거기서 향기가 나온다
어디서 들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예수의 수난을 그린 미제레레 연작에 써넣은 루오의 글귀
" 의인은 향나무 같아서 그를 찍는 도끼에도 향기를 묻힌다 "
상처를 입어야 비로서 향기를 주는 향나무
향기를 간직한 식물이 어찌 향나무 뿐일까 마는
악역을 담당한 도끼의 죄명은 무었일까
공존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관계가 야릇하다
썩은 향나무와 피묻은 도끼가 난무하는 작금의 상황
시신을 향하여 번득이는 도끼날 그들이 과연 승자인가
목련의 순한 눈빛과 옹기종기 모여 볕을 쬐는 제비꽃
짧지만 그들의 시절을 함께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처럼 반목과 불신 없이 살 수는 없는 건지....
'의인은 향나무 같아서 그를 찍는 도끼에도 향기를 묻힌다'
마음에 모셔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안산 시인님.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암흑으로 만드는 건
헛된 욕망에 눈이 먼 한 사람의 악인인 것 같습니다.
향나무와 같은 의인은 없고 도끼를 든 사람들만 설치는 암울한 세상
어디를 가나 불편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