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5>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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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별들이 다시 지상에 왔다
눈 먼 바람의 시린 손이 마을을 더듬는
아직도 이곳은 위험한 계절이다
서로를 믿었으므로 개의치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 속에 묻힌 오래된 말들이 하나 둘 눈을 뜬다
너는 지상에서 꽃이라 불리지만
바람 앞에 맨살로 피어나는 것은
꽃이 아니라 신념인 것
신념은 뒷걸음질치지 않는다
또 다시 두 겹 세 겹 포위해 오는 겨울 앞에
부릅뜬 눈동자로 선 너는
곧 우수수 목소리가 잘려나갈 위험한 사랑이다
봄으로 가는 암호를 스스로 찢어 깨물은
붉은 입술은 네 순결한 사랑의 증표인 것을
감히 누가 사랑을 진압하였다 말하는가
해마다 망각을 찢고 불쑥 불쑥 세상을 겨누는
저 붉은 총구 앞에,
―시집『수화기 속의 여자』(삶이 보이는 창, 2008)
<아마도 제가 이 시를 쓸 당시에도 시마을 이벤트가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운영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금번 이벤트를 통해
뜨거운 감성을 지닌 많은 작품이 쏟아지길 바랍니다...
다시 이벤트로 올라온 동백 사진을 보니 문득 그 시절, 감회가 새로워,
오래 전 발표작이지만 민망을 부릅쓰고 올려봅니다.. >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민망이라뇨?
요즘 붉디 붉은 총구를 자주 쏘아 주니 토닥, 토닥,...
아! "수화기 속의 여자" 내 수 년 전을 소환합니다
전태일 문학상 시상식에서 맘껏 축하로 낭송했죠 ㅎㅎ 겁 모르던 시절이었어요
이미지를 선별하는 고를 이렇게 보상받습니다.(~~)
이명윤님의 댓글의 댓글

아, 그때 최시인님의 낭송은 아마 평생 못잊을겁니다,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참으로 아름다운 동백입니다
동백의 붉은 입술이
기억에 콕 박혀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람앞에 맨살로 피어나는 신념
가슴을 겨누는 동백의 붉은 꽃잎을 몇잎 떼어다
혹독한 겨울에 적셔봅니다
이명윤 시인님 남기신 귀한 걸음도 감사드립니다^^
이명윤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시고 행복하세요~
문정완님의 댓글

동백으로 찰지게 읽어지는 시 한편 방금 막 저녁을 먹었는데
과분한 후식으로 먹고 갑니다
굿밤되십시오 시인님
이명윤님의 댓글의 댓글

문시인님도 늘 굿밤하시고 올해는 문운도 활짝 열리시길 바랍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역시, 섬찟!
총구는 무서워, 저는 동백하고 안 친할래요.
내노라하는 시인들은 다 방아쇠 한 번씩 당겼으므로.
이명윤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도 어쩝니까, 통영에 지천으로 얼굴을 내미는 동백인데..^^
빛날그날님의 댓글

동백의 정의로는 단연 돌올합니다.
발표작이므로 필사하여 옮겨 갑니다.
이명윤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저는 빛날그날님의 시가 무척 기다려집니다.
주저흔님의 댓글

역쉬~~,,,,^^
이명윤님의 댓글의 댓글

발걸음 고맙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어떤 시집은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 놓는데
이명윤 시인의 수화기속 여자는 가끔 꺼내 읽게 됩니다
따뜻하기도 하고
그래서 여운이 남곤 했지요
이렇게 다시 오셔서 창작방을 뜨겁게 해주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봄모임에 안오면 가만 안둘껴~
쿠쿠달달님의 댓글

정말 문장가 시군요.. 감사히 읽고 갑니다.
동피랑님과의 대화는 길이 남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