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손바닥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노인의 손바닥 -
여름이 정성껏 계단참을 달구고 있다
바람이 세 들어 살아도 무더운 계단참
계단참에서 손을 내밀고 고개 숙인 노인
노인의 앞을 수많은 발자국들이 그를 외면하고 지나간다
나의 동전은 시커멓게 그을린 손바닥에 달라붙는다
손바닥엔 손금만이 선명하다
바람과 먼지가 만든 손바닥 길
눈동자엔 강물이 흐르고 있다
자존심은 훌훌 털어버린 듯하다
엎드려 절하는 자세로 일어나지 않는 고집
노인의 그림자는 차갑다
계단참 여름은 그를 붙들고 놔주질 않는다
노인의 옷은 계절이 없다
너덜너덜한 구멍 난 점퍼
자꾸 가난이 흘러내려 가는 바지춤
머리카락은 나뭇가지처럼 뻣뻣하다
먼지가 가로막고 있는 콧구멍이 운다
행복을 잘근잘근 씹다가 뱉어낸 표정을 하고
말의 기억을 잘라버린 입술
가슴에 상처를 둘둘 감고 있는 애절함
약간 자존심을 치켜세운 콧수염
발자국 소리에 민감해진 귀
고요만이 그의 곁에 머물러준다
노을이 손을 내밀어도 손바닥엔 동전 몇 닢 뿐이다.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멋진 시적 표현을 그득 퍼올리셨네요
한줄 한줄이 다 절묘합니다
오랜만에 들른 시마을에서
참 멋진 시를 만나 행복한 금요일입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칭찬 받으니 기뻐요.
예전에 올렸던 시인데 지금 봐도 별로인 것 같아요. 쩝~~
잘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나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