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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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호수의 물 위로 작은 돌들을 자꾸만 날린다 물 위로 날아온 돌은 매 번 물의 매끄러운 틈새를 읽는다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는 것이다 지금 호수의 둥근 물에는 주름이 많아서 빛에 조금씩 손상된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빛이 샌다 어릴 적 놓친 풍선이 저 높은 하늘로 스며들 듯 돌은 날아와서 물의 작은 입자 틈새에도 쉽게 몸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돌은 저 호수 바닥으로 내려가 가만히 눕는다 물과 돌이 서로서로 스치는 게 매끄럽다 이미 물 아래 먼저 자리한 돌의 몸통은 떠도는 이야기처럼 물에 자꾸만 불어나서 무거워지고 쉽게 물 밖을 나서지 않는다 물 아래에서는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물은 늘 돌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스쳐 지나다가도 가끔 머뭇머뭇하지만 끝내 묻지는 않는다 돌도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입이 무겁다 지금 물 저 아래는 천국처럼 매우 평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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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님의 댓글

예전 시골 냇가에 들어가서 놀다가 돌에 낀 이끼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 했어죠.
지금 생각하니 이끼가 물이 지나간 발자국이라 생각했어요.
시인님의 물의 심상을 떠올리니 참 좋군요.
늘 건필하소서, 이강로 시인님.
이강로님의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