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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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간 길
해와 달 사이
입체의 표면을 접어놓은 봄은
산 위에 기억의 비늘 모가 빛난다
일부는 흘러간 안개구름에 묻히고
일부는 울림의 물결 속에서
빛의 파동에 눈알이 비늘로 가려졌지만
머리가 몸통이고 몸통이 꼬리고
꼬리가 곧 머리인 삶이 연속하는
짐승을 공간이 타고 있어서
공간 안에서 직면과 곡면이 만나는
모서리 전체를 인화할 수는 없다
머리가 평면에 누워 있지만 허리가 곡면인 계절
당신의 턱 밑에 떠 있는 여의주(如意珠)처럼
봄에 이 짐승을 배불리 먹은 사람들이 연기처럼 솟아난다
천지에 변혁의 물이 가득 찰 때
온갖 이무기들이 소환되는 것은 우주의 법칙이다
승천의 두려움에 다시 물속으로 내려가는
구렁이는 하늘도 잡지 않는다
기회를 얻지 못했던 잠룡이 드디어
해와 달 사이를 날아간다
나는 시간이 녹각(鹿角) 향이나
소나무 향기를 지니고 지나간 길에
우두커니를 만나보고 싶어서 괜스레
서성여보는 것이다
댓글목록
최상구(靜天)님의 댓글

그런 시간을 보내고...
그런 시간을 거꾸로 잡은 우산으로
또 맞이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