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나무 꽃잎은 흰눈처럼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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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배나무 꽃잎은 흰눈처럼 날리고
아그배나무
꽃잎은 흰눈처럼 날리고.
우리는
빛과 바람과 양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르르
어두웠던 눈이 열리고
머릿속이 환해지던.
산정의 소리는
이름을
불렀고,
부름을 받은
이름은
또 다른 이름의 손을 맞잡았다.
아그배나무
꽃잎은 흰눈처럼 날리고.
먼지 묻은
착한 사람의 옷은
남루하였으나 마음속엔
빛이 묵상처럼 자리했다.
나무는
이파리들을 차례로 놓아
푸른 사다리를 만들었고
빛의 생각들은
밤새
몸을 비틀며
하늘을 향해 자라갔다.
아,
아그배나무
꽃잎은 흰눈처럼 날리고.
서로를
오래 읽은
사람들은 사랑답게,
말씀처럼 사랑해왔다.
멀리서 보면
마을은
아그배나무 밑동처럼
낡고 헌 표지의 책이었다.
가까이서 보면
양들은
풀잎 같은
초록의 글자들이 펼쳐진
사랑의 책 위를
온종일 거니는 것이었다.
아그배나무
꽃잎은 흰눈처럼 내리고.
소리 없이
바람이
오래고 큰 바위로부터 걸어나와
책장을 넘기는 날이면
양들은
평화롭게 푸르른 글자들을 뜯어먹었다.
그리고 빛은,
마을 사진관에 걸린
흑백 사진처럼
고즈넉이
양들의 심장에
걸려 있는 것이었다.
아그배나무,
꽃잎은 한가로이 날리고.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작은 시냇물에 종이 배를 띄운 것 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시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퇴근하고
이제사 고마운 말씀 읽었습니다.
마음 한 조각 나누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