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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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침침한 눈을 들어
사무실 유리창 너머 공장의 마당을 바라보던
따순 두 시의 오후, 눈처럼 휘날리며,
아무도 모르게 말을 걸어오던
허공의 벚꽃잎들에게
아따 저 하얀 꽃잎들 보소,
저녁으로 코다리찜을 먹은 후 함께 걷던,
아내의 가느다란 어깨와
새치 희끗한 머리 위로 내리부으며
문득 대답처럼 왔던 꽃들에게
걸어도 걸어도
어떤 사욕도 없이
이불처럼 우릴 덮어주던 꽃송이들에게
그 날 어스름 낀 저녁의 수평선 위로
하얀 물결의 꽃잎들을 축복인 양 떨어뜨리던 나무에게
고맙다.
허름한 우리 생의 배경이 되어줘서.
내 아내와 내가 걷는 외톨진 길의 위로가 되어줘서.
그리고
힘겨운 날 낮게 부르던,
한 소절 노래로 남아주어서.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 입니다.
귀한 추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회사의 운동장으로 내리던
벚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기억 속에 담아 두었다가
써 봤습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콩트님의 댓글

볼그스름하게 부푼
오월의 장미보다도 더 싱그러운
행간에 제 마음을 투영해 봅니다.
무겁던 마음,
덕분에 힐링하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 덕분에
제 마음도 싱그러워집니다.
좋은 시들,
많이 빚으시길 빕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꽃잎이 두 분께 주는 위안을 이토록 멋지게 풀어주시는 군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답변이 늦었습니다.
회사 일에 바쁘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꽃처럼 나를 밝혀줍니다.
늘 건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