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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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견 -
버린다는 약속을 지켜낸 두 손은 뻔뻔스럽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축 처진 꼬리하고 도시를 핥으며 하루하루를 굶주리는 입
한때 인형처럼 안기며 혓바닥으로 재롱을 떨었겠다
꼬리를 흔들기만 해도 눈동자를 웃게 했고
몸이 나이테처럼 커져 가면서 버려진다는 공포
조금씩 버림받은 상처를 가슴에 품으며 돌아다닌다
버려진 시간을 온몸으로 칭칭 감아보는 동안
쓰레기에 엉켜있는 것처럼 저 고개 숙인 허기
꼬리에 더 이상 힘을 주며 흔들지 않아도 되는 허전한 기억을 가지고
세상 속 나그네로 다시 태어난 몸
코를 킁킁거리며 배를 움켜잡을 것 같은 네발 달린 짐승
도시의 그림자가 되어버린 개의 하루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원하지 않았던 자유를 지켜야하는 굶주린 배로
자유를 선택받은 두 발 달린 몸을 애원할 것 같다
먼지를 쥐어 잡고, 온몸은 먼지에게 포위당한 몸으로
개의 눈빛은 반짝이지만 빛이 없다
빌어먹을 쓰레기통은 아가리를 다물고 있어도
후각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앞다리가 풀렸는지 땅바닥에 움츠리고
발자국들을 피해가면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킁킁거린다
먹거리가 풍성한 도시래도 사막이다
잠시 시간은 개의 앞발을 멈추게 하고
내 손바닥을 공손하게 내밀어 보면 눈치만 보고 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도시의 고독한 그림자가 되어버린
유기견의 배고픈 일상을 리얼하게 풀어내셨네요.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이장희님의 댓글

버려진 개인지는 몰라도 거리를 떠도는 개를 보게 됩니다.
버릴거면 왜 키우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