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의 하루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박새의 하루
선분(線分)에 둘러싸인 박새가
유한 직선 사이를 오간다
공기주머니 날개는 멀리 날수록 흩어지고
아침 동쪽에 지저귀면서
서산에 붉은 띠가 내리는 노을까지 날아다닌다
우물 깊은 숲은 두 점 사이 선분(線分)에 걸린 박새 눈을
오목눈이를 만들며
박새 한 마리 속에 박새들의 울음소리 가득
머리는 흑백에 젖어
뺨과 배는 하얗고, 등은 예고 표시 신호등 같은 황록색
흰 띠를 두른 검은 날개를 빠르게 제비 비행선처럼 공중에 띄우고
마을 앞산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초여름 백화등(白花藤) 흰 꽃 향기에 취해
옛 서원(書院)의 뒷마당에서 충절로 죽은 석학(碩學)을
짧은 노래로 애도하거나
유생(儒生)의 자취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박새의 비행,
시의 종결구에서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은 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