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pl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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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였다
눈뜨는 일이 괴로울지 모른다
늘 바위를 등에 업어야 했다
어머니가 없으면 사내는 나무로 남는다
손과 다리는 액세서리로 남은 지 오래된다
사내의 손과 다리에 수갑은 영원한 구속을 약속했다
양초처럼 굳어버린 사내의 손과 두 다리는 음지를 좋아한다
벽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다
생각 속에 뒹굴고 지내는 게 제일 행복한 시간알지도 모른다
사내 몸은 어머니 허락이 필요하다
다리가 되어주고 팔이 되어준다
사내 몸은 바퀴가 된다
밖을 나갈 때는 항상 사내의 매니저가 된다
내리막길은 팔에 힘을 주는 고통이 딴다
오르막길은 팔과 몸에 힘을 주는 힘겨움
사내 휠체어는 어머니가 시동을 걸며 시동을 끈다
멀게만 느껴지는 방과 화장실거리와의 갈등
어머니는 다리가 된다
어머니는 사내의 손과 발에 수갑을 풀어주는 유일한 사람
사내가 포근한 웃음을 짓는 것은 어머니의 기쁨
밥 먹는 것은 유일한 어머니의 행복일 것이다
샤워를 해주는 것은 어머니의 눈물로 남는다
사내가 잠들면 그제야 잠을 끌어안는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시를 감상하며
플러그라는 시제를 재물대에 올려놓고
조리개를 열고 접안렌즈를 들여다봅니다.
점점 확대되어가는 마음의 언저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
어미와 새끼라는 불가분의 관계에
마음의 초점을 맞춥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이장희님의 댓글의 댓글

예전에 장애인 도우미를 한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전동 휠체어를 타긴 해도 집에서는 어머니 도움을 많이 받고 있었죠.
전동 전에는 그양 일반 수동 휠체를 썼었데요..
외출 나가려면 어머니 없으면 엄두도 못내곤 했죠.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콩트 시인님.
고나plm님의 댓글

제목을 참 다르게 달았네요
그 다름이 내용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합니다
사랑없인 하긴 힘든 일 많은 세상인데
사랑은 적고 힘든 일만 많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온몸으로 써신 것 같아......
건필하십시요!
이장희님의 댓글의 댓글

한 사내 얘기인데 장애인 도우미 일을 잠깐 했었는데
친해지면서 속사정을 듣곤했죠.
그 친구 어머니에 헌신적인 사랑, 위대하다고 봐요.
전동 휠체어가 나온지 얼마 되었는지는 몰라도 장애인도 지금은
바깥 출입을 많이할 수 있어 세상이 많이 좋아졌죠.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고나plm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어머니는 전원 소켓(콘센트)
아들은 플러그, 전원이라는 어머니를 통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슬프고 고달픈 현실의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있네요.
사유의 비유적인 확장이 좋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장애인 가진 가족 누구나 힘들겠죠.
지금도 가끔 엄마와 딸로 보이는 가족이 길거리를 지나가는 걸 보고하죠.
요즘은 전동 휠체어가 나왔지만 사실 음식점, 들어가기 영화관 들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도 착한 사장님들이 있어 배려로 음식점, 카페 들어갈 수 있어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