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둑잖은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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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둑잖은 언어
시 / 김인수
나는 요즘 평화롭게 사는데 그 이면에 시퍼런 날이 설 때가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가슴속에서 그 언어를 해부하고, 수위 조정 후
발톱을 지운다.
나는 세상을 지워가는
어떤 계단을 오르고 있는 중이겠다
후배가 운영하는 약국에 가면
늘 얼굴에 모란꽃 한송이 피우고
정중히 대했는데
내가 말이 어눌해지고, 청각장애로
어려움을 겪고부터 세상은 표가 나게 변하고
나를 까맣게 지우더라
오늘 혈압약 때문에 약국에 가서 반하사심탕 몇 봉지 추가하며
잠깐 몇 마디 나누는데
알아듣지 못했는지
순간 "어째요"라는 말이 툭 튀어나와
푸른 정맥이 부풀어 올랐어
예전 같으면 사나운 서정에 면전에서 하늘매발톱 같은 언어를
한마디 던졌을 것인데
꾹 참고 얼굴에 노란 미소를 바르고 나오니
잉크빛 하늘도 쓸모없는 구름들을
바다 쪽으로 쓸어내고 있더라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대응을 잘하셨네요.
관대하고 품위있는 여유로움이 시인님의 시에 배어 있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감 사합니다
모자란 글에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초하에 더 푸르고 더 우람한 날들 되세요
고나plm님의 댓글

몰둑잖은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 를 시의 내용에서 찾을 수밖에 없음을
한참을 머리 긁적여 고개 끄덕여 봅니다
오랫만에 뵙는 듯 합니다
시가 배롱나무 그 단단하면서도 인자한 눈빛처럼 그래도
군데군데 하늘매발톱이 오무려 있어 읽는 맛, 맵습니다
건강하시어 이따금 좋은 시 보여주십시요!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몇년만에 시마을 들었습니다
고니님 반갑습니다
문의행간 나눔 감사드립니다
콩트님의 댓글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 같이
시인님, 건강하세요.~~^^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이름 있는 병명 하나 붇들고
청춘을 병원 업무과에 수납당하고 삽니다
늘 건안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