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갈아 입고 싶은데 > 창작시의 향기

새 옷처럼 내 마음을 갈아입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 태어난 이후 한 번도 갈아 입지 못하고

무엇인가 덕지덕지 껴입었거나

벗어던지고 갈아 입었었는데

결국 욕망의 옷뿐이었다

이 욕망의 옷이 아닌 것으로 바꿔가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마음은 망가져가는 줄 몰랐다

이 속에 밀어 넣고 다녀야 했다

사랑이니 자비이니 정의이니 하는 색깔의 무늬를 새겨 넣고

그 색깔 뒤로 이 세상 추한 것을 감추고서

그렇게들 한 세상을 살다가고 그 뒤를 이어가는 세상사

새 옷처럼 입고 사는 사람들 곁에 가서 보면

하늘에서 갓 내려온 것처럼 보였으나

그 뒷모습은 추함의 난장판이었다

눈물로 옷을 빚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 말고 모두가

욕망의 옷을 입고 다가올 때 눈부실 뿐이다

그 뒷모습이 눈길 주기가 더더욱 쉽지가 않았다

거기에서 거기인 생들 앞가름에 눈이 멀어

그 등 뒤에 있는 악어의 입을 바라보게 한다

어머니 아버지가 눈물로 빚어준

이 옷을 매일을 입고 벗는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목숨의 이 눈물을 뽑아서

평생을 입고 벗을 남겨두고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