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하학 - 욕망의 투사, 그 허망한 포옹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사랑의 기하학 - 욕망의 투사, 그 허망한 포옹 [詩] 김시향
1
사랑? 씨발, 그게 대체 뭔가. 뇌 속의 화학물질이 춤을 추다 빚어낸 찰나의 착각인가.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건, 아드레날린의 과잉 분비 때문이겠지. 낭만이니 운명이니 하는 개소리는 집어치워라. 그저 섹스를 향한 본능적인 갈구가 포장된 허위의식일 뿐. 네 눈동자 속에서 내가 본 것은 너의 영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왜곡된 욕망의 거울상이었을 뿐이다. 사랑은 언제나 자기애의 변주곡. 네 손을 잡는 순간, 나는 너를 소유하려는 가장 비열한 감옥을 짓기 시작한다.
2
'우리'라는 이름의 가면.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씨발, 함께 뒤진다는 망상.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각자의 이기심이 팽팽하게 맞서는 밧줄다리기에 불과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묶어두고, '너 없인 못 살아'라는 비겁한 주문을 외운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철저한 통제 욕구다. 네가 나를 배신할까 봐 두려워, 네 발목에 채운 낡은 족쇄. 숨 막히는 집착과 끝없는 의심. 이 지독한 기하학적 계산 속에서, 과연 어떤 순수함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3
결혼? 사랑의 완성? 웃기시네. 그건 단지 법률이라는 이름의 계약서 위에 찍힌, 유효기간 짧은 도장일 뿐.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허망한 약속은, 곧 이어질 권태와 권력 다툼의 전조곡이다. '신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달콤한 사기는, 결국 서로의 외로움을 잠시 메꾸려는 인간의 비겁한 몸부림일 뿐. 웨딩드레스의 하얀 순결 뒤에는 타인의 시선을 갈구하는 추악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사랑의 종착역은 언제나 허망한 관짝이거나, 아니면 지루한 거실 소파 위에서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선을 던지는 순간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또 다시 사랑을 찾는다. 이 끝없는 자가당착. 상처받고, 짓밟히고, 영혼이 너덜거려도, 또 다시 그 허망한 포옹을 갈구한다. 왜냐고? 씨발, 인간은 원래 혼자서는 이 지옥 같은 삶을 견딜 수 없는 나약한 구더기니까. 사랑은 그저 고독이라는 심연을 잠시 가려줄 얇디얇은 천 조각에 불과하다. 어차피 벗고 나면 다 똑같은 벌거벗은 존재들. 사랑은 없고, 오직 욕망과 고독,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허망한 몸짓만이 존재할 뿐. 우리는 그 헛된 기하학 속에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끝없이 사랑을 외치며 뒤져갈 것이다.
.
.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