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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태풍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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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5-06-14 21:14

본문

 

  옛날 옛적 태풍 속에서



  날이 밝아 아픈 발을 숲에 디디자

  간밤의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 사이로

  휴지처럼 구겨진 이파리들이 뒹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난밤 일없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보았지.


  너희들 쓰러져 갈 동안

  너희들 찢겨져 갈 동안


  아편을 빨고

  눈동자가 풀린 채 웃음 짓던 로버트 드니로도

  쓰레기차에 뛰어들어 갈기갈기 찢겨나간

  친구를 배신한 맥스도 아닌데

  너희들은 참회하듯

  여기 산등성이에 흩어지고 문드러져 있다.


  영화가 끝나도록 

  추억을 끊지 못하는 주인공처럼

  넌 어제까지도 가지들과 주고 받던 진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너무 진해서 슬프고 또 비장한 네 사랑의 체취는

  숲의 늑골을 깊게 쥐고 흔든다.


  오래전 보았을 땐 보이지 않던 

  영화의 이면과 행간이

  비바람 몰아치던 간밤의 안방 극장에선

  너무 환히 보여

  나는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샜다.

  태풍이 오기전엔 너흰 마냥 아름다운 잎이었고

  꽃이었고 나무였고 나의 건강을 담보하던

  숲이었고 산책로였는데,

  지금은 아편에 취한 로버트 드니로보다도

  자책감에 스스로 생을 던져버린 맥스보다도

  슬픈 표정을 지으며

  길과 둔덕과 산비탈에 널려 있다.


  배신자가 물품 보관함에 속죄의 돈다발을 남긴 후

  친구여 나를 죽여 나의 배신을 응징하라 한들

  그리고 아편에 희미해진 뇌리로 배신 당한 지난날을 추억한다 한들

  또 배신의 몸뚱아리를 쓰레기수거 트럭에 던져 쓰레기 더미로 사라지고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개미 떼 같은 엔딩 크레딧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한들


  비록 공중에서 떨어지고 찢어져 널브러졌으나

  지금 내 앞에서 진한 생의 내음을 발산하는

  너희들에겐 비할 순 없지.


  그렇지.


  인생은 간혹 영화처럼 끝을 맺고

  관객은 언제나 영화 같은 인생을 꿈꾼다지만


  너흰 마지막 남은 향기마저도

  흙과 숲과 멀리 하늘과 그리고 아픈 발을 가진

  나에게까지 아낌없이 던져주며 가는구나.


  로버트 드니로의 올곧고 단호했던 유대인 운전자

  엔딩 크레딧 구석진 어딘가에서조차

  기억되지 않던 저 무명의 배우처럼.


  그리고

  오랜 세월 풍화된 필름의 등 뒤에서 흐르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스라한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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