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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 길이 질척한데
개미떼가 잠깐 구름 나온 햇빛을 물고
그 사이 긴 행렬을 이루며
새로운 금탑을 찾아
소왕국을 옮기고 있다
재물도
살림도
짐 실은 수레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꾼들이 줄다리기 하듯
보도 경계석 아래 한 줄로 몰린다
이 왕국의
머리는 왕처럼 크고
그 머리와 가슴을
따르는 허리는 가늘고 곡선이 깊다
그런 일꾼들 속에 백성에게 손짓하는
인자한 왕은 보이지 않는데
땅 속의 덩치 큰 여왕은
벌써 궁궐을 소리 없이 미리 옮겼나보다
너무 작아서 눈도 보이지 않는
개미들을 보고 있자니
개미 일꾼들 지하의 집이 밝은지
개미여왕의 눈이 더 밝은지
개미들에게는 땅 아래가 밝은지 땅 위가 밝은지 모르겠다
그들이 이름 붙이지 않은 별에서
그러나 행동의 퍼즐을 나누어가질 권리를 가진
그들에게는
지하로 파내려간
검은 글자 같은 왕국을
다른 지형의 각도로 옮기는 일도
그저 평범한 일상
마트 건물 주차장 한쪽 구석
아스팔트 바닥 지하에는
뒤엉킨 채 굳은 아스팔트 틈을 비집고
동일한 연대를 살아가는
청년 개미들의 소(小) 천년 왕국이 있다
댓글목록
탱크님의 댓글

행동의 퍼즐을 지하왕궁을 조립하고 건설하도록 전개하는 발상, 개미들의 작업현장이 눈에 그려집니다 좋은시 잘 보았습니다 건필하세요.